
성전 파괴와 디아스포라 경험은 사탄의 개념을 수용하는 이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탄을 인격화된 모습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구약성경에서 인격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사탄이 중간기 유대문헌에서는 악과 더욱 긴밀해졌고 이원론적 개념과 연결되었다. 중간기 유대문헌의 저자들은 악의 기원을 파악하려 했다. 그중 에녹1서, 희년서, 열두족장의 유언은 감시자들의 타락 모티브를 사용했다. 또, 이원론을 활용하여 악의 원인을 사탄에게 부여했다.
구약성경에서 사탄은 일반 명사였다가 역대상에서만 고유 명사의 성격을 띠면서 관사 없이 사용되었다.
슥3:1-2
욥1:6
삼하24:1
대상21:1
역대상의 사탄은 누구일까? 사탄이 독립적으로 나타난 현상과 관련해서 클루거는 하나님의 한 측면이었던 악이 분리가 되어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라는 것이다.
사무엘하에서는 인구 조사를 명령한 주어가 여호와였지만 역대상에서는 사탄으로 바뀐다. 이런 변화는 스가랴, 욥기보다 후대에 작성된 역대상의 신학과 관련이 있다. 역대기 작성 시기 때는 세상의 일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페르시아의 이원론의 영향이 강한 때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탄은 하나님의 명령을 이행하는 존재일 뿐이다.
신 일원론을 고수하면서 이원론(선과 악의 기원을 달리 보는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던 현상의 일부일 수도 있다.
중간기 유대 문헌들은 사탄과 악을 연결하고 그 기원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거기에는 이원론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선과 악의 대립과 하나님의 승리 이야기가 가득하다.
에녹1서
에녹1서는 주전 2세기~주후 1세기 동안 여러 저자가 기록하였다. 주인공 에녹을 의로운 서기관, 진리의 서기관이라고 부르며, 내용에 따라 감시자들의 책, 비유서, 천문학 논고, 꿈속 환상들, 에녹의 유언, 부록으로 나뉜다.
비유서에 사탄이 등장한다. 천사들에 의해 쫓겨나며 땅에 있는 사람들을 고발하려고 주님께 오는 것이 금지된 사탄이 복수형으로 나타난다.
에녹1서는 스가랴와 욥기에 나타난 고발자의 의미를 사용하였고, 구약성경에서 희미하게 나타났던 사란과 악의 관계를 발전시켰다. 또한, 사탄이 심판을 당한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등장시켰다. 묵시 문학에 속하는 에녹1서는 저자들이 겪은 도덕적 불의와 그로 인해 나타날 종말론적 미래를 그린다. 누가복음, 요한계시록의 사탄 몰락을 설명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희년서
희년서는 주전 2세기 중반에 만들어졌으며,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재작성한 것이다. 희년서에서 사탄은 감시자들의 지도자이다.
열두 족장의 유언
열두 족장의 유언에 나오는 벨리알은 하나님을 대적한다.
욥의 유언
욥의 유언에서는 욥의 고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하나님께 있다는 구약성경의 신앙이 계속된다.
아담과 하와의 생애
주후 1세기경 문헌인 아담과 하와의 생애에서는 사단, 디아블로스가 등장한다. 사탄의 몰락이 있고, 사탄을 교만으로 인해 하늘로부터 타락한 존재로 그 기원을 설명한다. 아담보다 먼저 창조된 사탄은 아담을 경배하라는 명령을 거부한다.
에녹2서
주후 1세기 경 완성된 에녹2서도 사탄의 기원을 설명한다. 하나님의 창조 둘째 날에 천사 중에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자가 교만하여 하늘로부터 추방되었다. 이에 타락한 자와 그를 따르던 무리는 함께 공중에 떠돌게 되었다.
신약성경에서 사탄이 언급된 본문은 바울서신, 공관복음, 요한 문헌이다. 바울서신은 중간기 유대 문헌에 나오는 다양한 표현 대신 구약성경의 사탄을 그대로 번역한 '사타나시'를 대부분 사용한다. 비교적 후대 문헌인 에베소서, 디모데전후서에서는 '마귀'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공중의 권세잡은 자(엡 2:2), 악한 자(엡6:16), 시험하는 자(살전3:5)가 쓰이기도 한다.
공관복음에서도 바울서신과 유사하게, 구약성경과 구약위경에서 사탄을 이해하던 개념이 그대로 이어진다. 요힌문헌도 마찬가지이다.
신약성경 이후 교부들은 사탄을 악의 원인, 통치자, 대적자, 패배자로 보았다.
구약위경에서 사탄은 죄를 짓게 하지만 요한문헌(요6:70, 요8:44, 요일)에서는 예수의 사역을 막는다.
구약위경에서 사탄은 하나님에 의해 패배했다. 그러나 공관복음 저자들은 예수에 의해 그 일이 일어난다고 해석한다. 누가복음에는 구약위경을 생각나게 하는 구절이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눅10:18)'
사탄 몰락과 운명에 대한 모티브는 구약위경뿐 아니라 쿰란문헌에도 나온다. 요한문헌에서 다루는 사탄의 모습은 쿰란문헌과 상당히 유사하다. 요한문헌은 쿰란문헌의 묵시적 사고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요한복음, 요한계시록은 1세기 후반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유대교에 의해 추방을 당하던 때였다. 또한 이 시기는 영지주의자들, 그리고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 등이 로마 문화 등과 함께 기독교의 정체성에 영향일 미치던 시기였다.
초대 교부들은 요한문헌과 동일하게 세상을 통치하고 있는 사탄 때문에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자신들이 핍박받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사탄은 사람의 마음에 침투한다고 이해했다.
바빌론 탈무드(유대교)는 사탄을 악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초기 기독교와 달리 인격화된 사탄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 속에 있는 악한 성향이 의인화된 것에 초점을 맞춘다. 기독교 문헌은 인격화된 사탄을 통해 악이 생겨났고 인간을 유혹하였다고 본다.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에서는 페르시아의 영향으로 이원론적 사고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주전 6세기부터 나타난 그리스의 오르페우스교도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 사상과 결합하여 이스라엘의 이원론(선, 악의 기원이 각각 하나님, 사탄같이 다르다는 주장, 일원론은 선, 악의 기원이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주장)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창조주 아후라가 있고 악한 다에바가 있다. 이런 페르시아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통해 이스라엘은 악을 사탄과 연결하려고 시도했다. 그 출발점이 일반 명사 사탄을 인격적 존재로 표현한 것이다.
스가랴와 욥기 본문부터는 사탄이 일반 명사라는 특징에 더해 인격화된 영적 존재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사탄은 여전히 하나님의 주관하에 있었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역대상 이후 사탄을 고유 명사로 보는 개념이 발전하시 시작했다.
중간기 유대 문헌에서 사탄의 개념이 급격히 발전하고 이원론이 결합된다. 갑자기 외부로부터 이원론을 수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중간기 유대 문헌에는 두 개의 특징이 있다. 첫째는 타락 모티브를 통해 악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했다. 중간기 유대 문헌의 저자들은 이원론적 개념을 사용하여 사탄을 악한 영역에 두었다. 둘째는 사탄으로 인해 선과 악의 대립이 생겼지만 결국 선이 이긴다는 것이다.
쿰란 문헌은 벨리알이 세상의 통치자이지만 하나님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는 묵시 문학적 세계관과 방향성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구약성경과 중간기 유대 문헌에 나타난 사탄의 역할을 대부분 수용하였다.
요한문헌은 묵시적 이원론에 집중한다.
유대교 랍비들은 중간기 유대 문헌의 사탄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탄과 관련된 그들의 노력은 초기 기독교가 받아들인 인격화된 사탄의 개념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묵시적 이원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상에 파괴를 가져오며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은 사탄이 아니라 인간이라 생각했다. 사탄은 죽음의 천사이지만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인간에게 죽음을 줄 수 없었다. 악한 성향은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되었다는 것과 토라로 인해 사탄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바빌론 탈무드에 나온다. 랍비들은 사탄을 인간이 가진 악한 성향을 의인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악한 영들의 공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축귀의 시대를 넘어 예수를 쫓으며 살아가야 한다. 진정한 영적 전쟁은 삶의 자리에서 예수의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어야 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과 초대 교부들은 사탄과 마귀와 같은 악한 영들을 하나님에 의해 결국 패배할 존재로 이해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미 이긴 싸움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여, 당당히 행함으로써 믿음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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